부산에서의 하루하루가 빠르게 흘러갔다. ‘아난티 앳 부산코브’의 마운틴뷰 객실에서 시작된 이번 여행은, 남편과 내가 오랜만에 진짜 ‘쉼’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푸른 산과 잔잔한 바다 사이에서 머문 이틀은, 우리가 얼마나 일상에 지쳐 있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줬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즉흥적으로 해동용궁사에 들르기로 했다. 아난티에서 차로 15분 남짓한 거리.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소원을 담은 연등을 하나하나 걸고 있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오색찬란한 연등이 머리 위를 가득 수놓았고, 눈부신 햇살과 맞닿은 전각의 곡선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소원 하나 빌고 가자”며 둘이 나란히 앉아 종이 위에 적은 글자들.
그 순간만큼은 마음속 잡념도, 스마트폰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파란 하늘 아래서 바람에 흩날리는 연등을 보며, ‘이 평화로운 순간이 오래오래 기억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의 뒤편으로는 탁 트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산과 절, 바다까지 모두 품은 해동용궁사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서, 부부가 함께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해질 수 있는 힐링 공간이었다. 아이 없이 둘만의 여행이기에 가능했던 여유. 꼭 어디를 가야 좋다기보다, 누구와 함께이기에 특별했던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 우리는 부산의 동해안을 따라 천천히 드라이브했다.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수평선과 반짝이는 햇살, 그리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 짧지만 강렬했던 이번 여행은, 앞으로의 삶에 더 많은 여백을 남기고 싶다는 작은 결심을 품게 해주었다.
이번 부산 여행의 마무리를 해동용궁사에서 하길 참 잘했다. 마음이 정화되고,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출 수 있었던 이 감성적인 하루. 혹시 부부 또는 연인과 함께 조용한 힐링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아난티와 해동용궁사를 연결한 코스를 꼭 추천하고 싶다.
📍 해동용궁사 위치 안내: 구글 지도에서 보기